“우리가 직접 사용할 공장이 필요해요. 어떻게 찾아야 하죠?”
리얼라이저블은 중소 제조회사를 위한 공장관리 서비스 공장장닷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공장 관련 다양한 컨설팅 요청을 받는데, 여러 스타트업에서 공장 찾는 게 막막하다고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그동안 도움 드렸던 부분을 이번 글에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스타트업에 맞는 공장 매입 과정은 물론, 각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을 요약했어요.
이런 스타트업이라면 주목하세요
뛰어난 역량을 갖춘 스타트업이지만, 공장을 찾는 건 어려워하는 곳들이 대부분이에요. 대개 이러한 내부 사정이 있으셨는데요. 아래 내용에 공감이 되신다면 이번 글을 더욱 꼼꼼히 살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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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업을 위해 연구소 단계의 생산시설을 벗어나 개별 공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필요하다는 사실만 알아요… 구체적인 건 계획하지 못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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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산업용 부동산 전문가는 없어서 VC, 프롭테크 회사, 인터넷 검색, 중개사 등을 통해 수소문하고 알아봤지만 정보를 얻는 게 쉽지 않네요. 진행도 원활하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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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공간의 규모, 대략적인 위치 정도는 생각하고 있지만 재무계획도 일정도 불확실한 점이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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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어느 정도의 생산시설을 매입할지, 임차할지 아니면 건축을 고려해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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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매입에 자금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 중기부나 기보/신보 등의 보증을 받을(수 있을)지, 바로 시중 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을(수 있을)지 확인하고 결정하는 게 막막해요.
대표님의 모든 고민을 다 풀어 드릴 수는 없지만, 어떤 고민부터 풀어야 할지는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공장 구하기, 이렇게 시작해 보세요!
1. 필요한 공장의 물리적 조건을 문서로 작성해 주세요.
아래의 항목을 고려해 필요한 건물 및 토지의 크기를 산출하세요. 참고로, 항상 예상한 것보다 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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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 원자재, 완성품을 위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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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 공간 및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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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및 사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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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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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차 위치
2. 각종 인허가 사항과 관련 정보를 작성해 주세요.
오염물질 배출이나 폐기물 발생 여부, 위험물의 보관 필요성 여부 등등. 인허가와 관련된 우리 공정상의 특성을 적어주세요. 인허가 관련 자세한 사항은 직접 알아보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1과 2가 완료된 다음부터 본격적인 공장 구하기가 시작돼요.
3. 희망하시는 지역에 있는 부동산에 연락하세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원하시는 곳 주변에 있는 부동산(중개사무소)에 연락하셔서 해당 조건에 맞는 공장을 찾아 달라고 요청하세요. 이때 인허가 가능 여부에 대해서도 반드시 물어보시고요. 산단별로 최소 3군데 이상의 부동산에 연락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주거용 부동산과 달리, 산업용 부동산은 저마다 취급하는 매물이 확연히 달라요. 공장 전문 중개사들은 같은 사무실의 동료와도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제조공장의 입지는 산업단지 내에 존재하는지 아닌지로 나뉩니다. 산업단지마다 각종 배출권이나 인허가 사항들이 다르고, 입주가 가능한 업종코드 등이 별도로 존재하는데요. 그럼에도 가능하다면 산업단지 내에 입주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개별필지에 건축된 좋은 공장도 많지만, 최초 건축부터 인허가까지 모두 필요한 개별필지라면 난이도가 많이 높아진다는 걸 감안하셔야 해요.
4. 부동산을 통해 물건설명서를 받으세요.
중개사가 제공하는 물건설명서를 받아서 우리의 요구사항에 맞는 공장인지 확인하세요. 설명서에 주소가 포함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요청하셔서 받아 두시고요. 호가(희망 매도 가격) 정보와 네고 가능 여부, 네고 범위를 알아보시는 것도 필수입니다.
적합한 공장을 찾는 데에는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요. 기존에 공장을 사용하고 있는 다른 제조회사의 이사 일정 등이 고려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제 입주 가능일정을 고려해서 계약일을 맞춰요. 그래서 아파트나 상가 계약과는 다르게 계약과 잔금 사이의 리드타임까지 매우 길어요.
5. 마음에 드는 공장을 찾으셨다면 계약서를 작성하세요.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서 공장을 매매할 때 투자, 대출 등을 활용하실 텐데요. 이때 반드시 실제 계약서가 있어야 해요. IR 자료나 중기부, 신보, 기보의 요청서류에 계약서가 첨부되어야 실제 투자유치 상황에서 ‘말뿐이 아닌 실행을 하고 있다’는 걸 증명해 힘이 생깁니다. 투자만 받으면 바로 스케일업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고요. 기관을 통한 자금 신청과 확보 시에도 계약서가 필수입니다.
재무계획이 확실하지 않은데 계약서를 쓰기 어려우신가요? 여기서부터가 핵심이에요. 계약서를 쓰되, 특약조건으로 ‘투자유치나 자금확보가 일정보다 늦거나 어려울 경우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시면 됩니다.
6. 투자유치, 기관자금 확보를 위한 특약 조건은 이렇게!
앞서 말씀드렸듯 산업용 부동산의 계약과 잔금에는 긴 리드타임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런 특약을 작성할 수 있어요. 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정 시점까지(보통은 중도금이나 잔금일) 어떠한 상황(투자유치나 대출이 불가하다는 것이 확인될 경우 등)으로 계약이 파기될 경우 계약금을 반환한다는 조건을 특약으로 합니다.
반대급부로 공장주는 더 좋은 조건으로 매입하겠다는 매수자가 있는 경우 배액배상을 하지 않고 계약금만 돌려주면 된다는 조건을 넣게 되는데요. 양쪽 모두에게 리스크가 없는 조건으로 합의를 하고, 가능하다면 계약금도 통상적인 10%보다 낮은 금액으로 협상하세요. 그러면 이제 공장 구하는 과정은 절반쯤 완료됩니다.
7. 이제는 자금 확보 단계입니다.
기존에 하시고 계시던 IR과 기관투자는 당연히 진행하시고요. 추가로 공장을 소개시켜 준 중개사를 통해 대출 가능 여부와 한도를 확인하세요. 직접 알아봐 주시는 분도 계실 것이고, 은행 지점장을 소개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산업단지에는 사실상 시중의 모든 은행 지점이 있습니다. 주거용 대출은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려 하고, 소상공인 대출 영역은 담보로 잡을 것들이 적어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반면에 제조공장에 나가는 대출은 산업자금(투자자금)이어서 정부에서도 장려하고 은행에서도 담보물이 큰 안전한 거래여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래서 가끔 말도 안 되게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으시는 제조사 대표님들이 나오세요. 스타트업은 일반 대출상품을 이용하기 어려울 확률이 높지만, 실적이 급한 지점에서는 어떻게든 가능한 방법을 찾아서 알려줄 거예요.
8. 공장 건축을 고려하신다고요? 한번만 다시 고민해 보세요.
스케일업 중인 상황에서 공장을 매입하시는 경우, 대표님과 회사 내부에는 인력을 포함해서 모든 리소스가 부족한 상황일 거예요. 건축은 공장 매입과 완전 별개의 큰 프로젝트입니다. 건축을 새로 해야만 기능을 확보할 수 있는게 아니라면, 기존 공장을 일부 리모델링하는 정도로 매입 또는 임차하시길 권장합니다.
첫 공장이 우리의 마지막 공장이 아닙니다. 테크기반의 우리 회사를 돋보이게 하는 깔끔한 공장에 대한 욕심이 나시겠지만, 새로 짓는 것은 2번째 프로젝트로 미루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드려요.
이번 글을 읽으시고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머릿속 실타래가 하나씩 풀린다면 좋겠습니다. 단계별로 더 구체적인 확인사항이 궁금하시거나, 업무를 믿고 맡길 파트너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원동명 Daniel WON
리얼라이저블 대표이사